시로 여는 일상

이문재 풍등(風燈)

생게사부르 2016. 7. 17. 01:06

이문재


풍등(風燈)

 

 

저것은 연이다.

연실 없는 연

기 몸을 태우는 불꽃을

연실로 만드는 저것은 연

불의 연이다.

 

저것은 바람이다.

제 몸을 태워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는

제 몸을 덥혀 스스로 가벼워지는

저것은 소신 공양이다.

 

저것은 별

지상에서 올라가는

마음이 올려 보내는 마음의 별이다

마음으로부터 가장 멀어질수록

마음이 환해지는 별이다.

 

저것은 소진이다

자기 몸을 다 태워야

가장 높이 날아 오르는

가장 높이 날아 올라

자기 몸을 불살라버리는

저것은 가장 높은 자진이다.

승화다.

 

아침 이슬이

유난히 차고 맑은 까닭이다.

 

 

 

 

1959년. 경기 김포

1982년 시운동 '우리 살던 옛집 지붕'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