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언희-격覡에게외

생게사부르 2016. 7. 16. 08:39

김언희


격覡에게



말을 버리고 짖는 자여, 말문을 틀어 막은자여,돌돌돋 혀를
말아 삼킨자여, 식도까지 돌멩이가 차 오른자여, 한 마리 개와도
같이 사타구니에 대가리를 끼워 넣고 개잠을 자는 자여, 한번도 집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자여, 한 번도 주인을 가져본 적이 없는 개와도
같이, 한 번도 개가 되어본 적이 없는 개와도 같이, 혀 밑에 반 방울
의 꿀도 머금어본 적이 없는*자여, 짖을 때마다 사라져 가는 개와도
같이, 다만 이빨이며 목청인 자여,다만 콧구멍이며 후각인
자여, 수풀처럼 우거진 털로 안색을 가리며, 귀신을 맡는 한 마리
개와도 같이

 

* 박상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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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아니라

성욕을

앗기자 난 물을 앗긴 물고기처럼 됩디다 동지

돼지를 인물보고 잡아먹냐 잉잉거리던

사내들을 앗기자 동지 그래도 난

구멍이 나도록

살았소 동지 뼛속에

엿구멍이 나도록 비 위생적인 혀로

비 위생적인 연애들을

완성 해가며

검은 터럭들이 묘판처럼 자라 나오는 백지 위에서 동지

진심을 다한 거짓말들을

거짓말들을 할 때마다 길어 나오는 것들을

사랑했소 동지 달아 오를 때마다 길어 나오던 이빨들을

난 사람도 아닐때가 많았소 동지 짐승만도

못할 때가 그래도 난

그런때가

좋았소 목맨 자들의

발 박수를 받으며 예수보다 더 쪽팔리는 것이

될 때가, 걸레에서 벌레까지 見者에서

犬者까지 양다리를

늘여 걸치고

이제는

죽을 수가 있을 것 같던 그때가, 동지

 

 

홍도

 

 

시시각각 홍채의 색깔이 변하는 태양

퉤,퉤,퉤,퉤,퉤 침을 뱉어내는 바다

사방으로 튀는 침방울

좌판위에서 토막잠을 깨는 물고기

썩어 갈수록 싱싱해 지는 핏빛 물고기 눈알

살 떨리게 몰아세우는 時時 刻刻의 혀

너무 길거나, 너무 짧은 혀

요원한 독순술

요원한 G 스폿, 詩여

매 순간이 餓死 직전인

구멍 없는 매춘부!

 

 

문학과 사회 2016. 여름호

 

 

 

*      *      *

 

 

문학은 거짓이 아닌, 할수 있는 한 인간을 진실을 철저하게, 심지어 그 진실이 처절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파헤치기를 주저치 않는 영역입니다

소설이나 수필은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 할수가 있지만 시는 생략과 함축을 그 특성으로 하니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 위에 독자의 상상력이나 독자만의 해석이 시를 완성해 가기도 하고요

 

김언희 선생님 최근작인데, 선생님의 시를 보면 여전히 불편하면서도

위 세편은 그래도 이전보다는 좀 낫다(?)는 생각, 시적 완성도는 참으로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우리 선생님(유홍준 시인)의 선생님이었으니 진작에 소개를 했어야하는데

선생님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약간의 불편함으로 소개가 늦어졌네요.

 

性이나 사회활동에 대한 사회 혹은 남성들에 의한 횡포나 여성에 대한 억압은 저도 반대하고 저항합니다.

또 중앙에 사는 사람들의 지방변방인에 대한 횡포와 무시도 일찍 알고 있습니다.

나도 지방에서 살아 왔기에...

그러면서 남여를 떠나 ' 인간이라는 종(種)'으로 묶이기를 원하면서 개인이 누릴수 있는 무한한 '자유와'

'자유의지'를 존중하면서고 추구하고 있기도 하고요

 

김언희 선생님은 시인으로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 하신 건 맞는데

선생님이 선택하는 시적용어나 전략을 소수 마니아외에 다수사람들 일반이 기꺼이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시일이 더 흘러야 예사로워질지요 

 

성(性)은 인간의 원초적 삶의 한 영역이고 사랑이나 성을 바라보는 시인의 철학이나 관점이 있을 것입니다.

 

일반 상식이야 인간이 지닌 지혜와 더불어 인간을 인간으로 지킬수 있는 최정점에 있는 '사랑'을 정직하게

몸으로 표현 하는 것이라 보도록 권유하지만 시인들은 곧잘 그 의미에 초를 치는 심정이 됩니다

 

성은 인간의 본능이고 욕망에 기초한 인간을 구성하는 어쩔수 없는 존재의 본성이기에

"고상하기는 개뿔, 길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개의 흘레붙기나, 밤의 정적을 깨트리는 고양이들의

요상한 소리'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보아,

생물학적으로 해부하여 짓 이기듯이 혐오스러운 것으로 여길 수도 있고

 

인간의 욕망의 표출이지만 사랑으로 묶여 자녀를 출산하여 인간을 탄생시키고 사회를 유지시켜 나가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신성한 영역으로 볼수도 있을 테고

좀은 고상하고, 은밀하고 신비스럽게 보고자 하는 사랑의 한 영역으로 남겨두고자 하는 작가도 있을테고요

 

저로 말하면 (사랑이 아닌) 성(性)은 부끄러워 할 것도 숨길 것도 아니지만

개인으로 치자면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영역이기에 좀은 사적공간으로 남겨 두면서

담담하게 건강하게 대하자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