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복효근 '섬'의 동사형, 목련꽃 브라자,꽃 앞에서 바지춤을

생게사부르 2016. 7. 15. 07:14

복효근 

 

' 섬'의 동사형

 

동사 서다의 명사형은 '섬'이다
그러니까 섬은 서 있는 것이다
큰 나무가 그러 하듯이
옳게 서 있는 것의 뿌리
그 끝 모를 깊이
하물며 해저에 뿌리를 둔 섬이라니
그 아득함이여
그대를 향한 발기도 섰다 이르거늘
곡진하면 그것을 사랑이라하지
그 깊이가 섬과 같지 않으면
어찌 사랑이라 하겠는가
태풍이 훑고가도
해일이 넘쳐나도 섬은 꿈쩍도 않으니
섬을 생각하자면
내 모든 꼴림의 뿌리를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어
그래, 명사 '섬'의 동사형은
'사랑하다'가 아니겠는가

 

 


목련꽃 브라자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 벙그는

목련송이만 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꽃 앞에서 바지춤을 내리고 묻다

 

 

급한 김에

화단 한 구석에 바지춤을 내린다.

힘없이 떨어지는 오줌발 앞에

꽃 한 송이 아름답게 웃고 있다.

꽃은 필시 나무의 성기일시 분명한데

꽃도 내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할까

나는 나무의 그것을 꽃이라 부르고

꽃은 나를 좆이라 부른다.

 

 

 

 


*        *         *

 

 

의.식.주와 성(性)

 

인간의 본능에 속하는 영역이어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그것들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학이나 마당극에서도 음담패설이나 질펀한 욕설이 민중 삶을 대변하고

솔직하고 구수한 삶의 현장을 실감있게 그려내곤 합니다.

심지어 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프로이드'는 인간 심리의 역동을 '성의 추동'으로 풀어가기도 하고요.

 

많은 시인들 역시 '성'적인 언어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고, 심지어는 시의 언어로서는 반란이라 할 수준의

단어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까지 무시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다른 사람들의 그런 시를 가타부타 할 필요없이 있는 그대로 읽으면 그만입니다.

 

그럼에도 내가 시를 쓴다면 내 시에서 그런 단어나 이미지를 찾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인생을 질펀하게 살아보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그런 쪽으로는 상상력이 부족하기에

내 것처럼 착 감기게 가져와 사용 할 자신이 없기때문입니다.

혹 흉내를 내더라도 남의 옷을 입은 것 처럼 부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시도 결국 시인이, 사람이 쓰는 것이니

그 사람꼴다운 시를 쓸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복효근 시의 '목련꽃 브라자'가 하필이면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게시가되어

논란을 불러왔습니다만 비슷한 느낌의 시 두편 더 올려 보았습니다.

 

야한 시를 보려면 '김민정'이나' 황병승'시를 보라고 하던가

저로서는 시를 공부하는 과정이니 에로틱하다 하든 야하다 하든

그 표현이야 어떻든 간에 '강우식' 시인과 '김언희' 시인의 그런 유형의 시 몇편 포스팅 해 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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