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거울- 이상, 박남수

생게사부르 2016. 7. 12. 23:44

이상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박남수

 

 

살아 있는 얼굴을

죽음의 굳은 곳으로 데리고 가는

거울의 이쪽은 현실이지만

저쪽은 뒤집은 현실.

저쪽에는 침묵으로 말하는

신처럼 온몸이 빛으로 맑게 닦아져 있다.

사람은 거울 앞에서

신의 사도(使徒)처럼 어여쁘게 위장하고

어여쁘게 속임말을 하는

뒤집은 현실의 뒤집은 마을의 주민이다.

거울은 맑게 닦아진 육신을 흔들어

지저분한 먼지를 털 듯, 언제나

침묵으로 말하는 신처럼 비어 있다.

비어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