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배
고명희
물때 맞춰 뻘배 들고 바다로 나가는 어머니
노가 되어버린 오른발, 뻘 깊숙이 배를 밀고 나간다
숨구멍만 보아도 누구 집인지 알아
수많은 내력을 한 장 한 장 들출 때마다
손끝을 타고 오르는 감촉
뻘이 물컹 팔목을 휘감는다
무릎을 꿇어야만 제 몸을 열어주는 차진 뻘밭
빈 곳에 뿌려놓은 씨는 달이 품어
개흙의 심장소리로 키워낸 꼬막의 부챗살 무늬
어머니 눈가의 주름살과 닮았다
밀물 시간, 미처 챙기지 못해 떠내려가는 배 한 척
둥실둥실 멀어져 갔던 그날
아버지를 한 점으로 멀리 보내고
그만 가자하던 간기 빠진 목소리
갯골에 고인 갈매기의 울음, 하늘의 눈자위도 붉어진다
뱃고동소리 길게 눕는 어스름
만선의 배가 가라앉기 전 서둘러야 한다고
널에서 내려 긴 목을 뽑고 있는 어머니
뻘 묻은 생의 등 뒤로 파도가 달려온다
제 11회 동서문학상 동상 수상작
사진출처: 인천 사진클럽/ 죽향의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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