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風磬)
김수화
내소사 절집 앞에서 풍경 하나를 샀다
갈 곳 없는 그 소리를 둘둘 말아 집으로 가져와
문 밖에 걸어두었다
소리가 처마 밑에서 날았다.
타종의 승객이 타고 있다는 듯 댕댕 가끔 울린다.
아니, 물고기 우는 소리가 타고 있었다.
바람의 창문 같았다.
댕그랑거리며 잠깐 열렸다 닫히는 풍경이었다.
작은 고리도 지나가는 바람도 다 날개다
자주 그 밑을 확인하는 날들
깨진 씨앗 하나 떨어져 있을 것 같은 공중 소리의 발 밑
둥근 물방울 떨어진 흔적만 남아있다.
날아가는 것들은 모두 날개가 있다는데
흔들리는 저 금속성의 소리는 멀리 달아나지도 못한다.
어느 딱딱한 물로 날아오르려
밤낮없이 자신의 깃털을 고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느러미도 날개도 없는 단단한 주물 하나가
흔들리는 계율을 실천하고 있다.
문 밖의 소리는 문을 버리면 된다지만
문 안의 소리는 문을 열어도 나가지 않는다.
제 11회 동서문학상 시부문 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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