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상국-리필, 박진성-제라늄

생게사부르 2016. 7. 1. 16:30

이상국

리필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봄은 해마다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박진성

 

 

제라늄

 

 

꽃잎에 수천 톤 욕망이 앉아 있다
육중한 신체가 타오르고 있다

여름의 한 가운데 여린 불기둥

아서라 꽃입에는 아무것도 없다

 

쪼그리고 앉아 한 입 먹으면

피가 잘 돌겠다

 

가까스로 사랑의 입구에 서 있다

 

 

                시집<식물의 밤.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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