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리필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봄은 해마다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박진성
제라늄
꽃잎에 수천 톤 욕망이 앉아 있다
육중한 신체가 타오르고 있다
여름의 한 가운데 여린 불기둥
아서라 꽃입에는 아무것도 없다
쪼그리고 앉아 한 입 먹으면
피가 잘 돌겠다
가까스로 사랑의 입구에 서 있다
시집<식물의 밤.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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