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초
까치독사
산과 산 사이 작은 마을 위쪽
칡넝쿨 걷어낸 두어 뙈기를 둘러보는데
밭의 경계 삼은 왕돌 그늘에 배 깔고
입을 쩍쩍 벌리는 까치독사 한 마리
더 가까이 오면 독 묻은 이빨로
숨통을 물어 뜯어버리겠다는 듯이
뒤로 물러 설 줄도 모르고 내 낌새를 살핀다
누군가에게 되알지게 얻어터져
창자가 밖으로 쏟아 질 것만 같은데
꺼낸 무기라는게 기껏 제 목숨 뿐인 저것이
네 일만은 아닌 것 같은 저것이
저만치 물러 난 산 그늘처럼 무겁다
천경자: 사(蛇)
그림출처: 아름다운 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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