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정록-속울음

생게사부르 2016. 6. 24. 00:03

 이정록


속울음


빗방울이
연잎 위로 뛰어내릴 때
긴 발가락을 신나게 차올리는 까닭은
미끄러져도 통통 받아주는
아래 이파리 때문이다.

함박눈이
밤새워 새벽까지 내려올 때
흰 양말을 조심스럽게 내딛는 까닭은
무거워도 끙끙 받들고 있는
엊저녁 숫눈 때문이다.

점심 시간인데도
뒤꿈치 들고 고개 숙여 걷는 까닭은
흰 국화 꽃다발과 초코릿과
깨알 같은 손 편지를 받들고 있는

책상 때문이다.

 

누구하나 빗방울 소리를 내면

수백 수천의 연잎에

소나기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책상서랍 가득

파도소리 울먹이기 때문이다.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꽃눈이

다시, 땅바닥에 떨어질까 봐서다.

 

 

 

 

* 푸른시인학교 화요반 카톡방 月明淨님이 올려주시는 시를 자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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