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물/ 이규리
비가 차창을 뚫어 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 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정록-속울음 (0) | 2016.06.24 |
---|---|
신병은 말맛, 썩는다는 것 (0) | 2016.06.23 |
이규리- 예쁘기를 포기하면 (0) | 2016.06.21 |
이원-엽서, 공기에게 (0) | 2016.06.19 |
복효근-외줄 위에서 (0) | 2016.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