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속울음
빗방울이
연잎 위로 뛰어내릴 때
긴 발가락을 신나게 차올리는 까닭은
미끄러져도 통통 받아주는
아래 이파리 때문이다.
함박눈이
밤새워 새벽까지 내려올 때
흰 양말을 조심스럽게 내딛는 까닭은
무거워도 끙끙 받들고 있는
엊저녁 숫눈 때문이다.
점심 시간인데도
뒤꿈치 들고 고개 숙여 걷는 까닭은
흰 국화 꽃다발과 초코릿과
깨알 같은 손 편지를 받들고 있는
책상 때문이다.
누구하나 빗방울 소리를 내면
수백 수천의 연잎에
소나기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책상서랍 가득
파도소리 울먹이기 때문이다.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꽃눈이
다시, 땅바닥에 떨어질까 봐서다.
* 푸른시인학교 화요반 카톡방 月明淨님이 올려주시는 시를 자주 싣습니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한아-무연고(無緣故) (0) | 2016.06.26 |
---|---|
방안에서 익어가는 설움/김수영 (0) | 2016.06.25 |
신병은 말맛, 썩는다는 것 (0) | 2016.06.23 |
이규리 많은 물 (0) | 2016.06.22 |
이규리- 예쁘기를 포기하면 (0) | 2016.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