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규리 수레국화, 혀

생게사부르 2016. 6. 10. 01:58

이규리

 



그 공원 들어설 때 의자마다
남과 여가 앉아 있었고
돌아나올 때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의자위엔
혀가 낙엽처럼 떨어져 있고

떨어진 것들이 공원을 구성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우리 떨어뜨리는 게 많지
중요한 건, 다시 주우러 오지 않는 다는 거

 

공원엔 늘 많은 현재들만 술렁여서

놓친 풍선은 돌아오지 않는 걸까

 

공원은 그다지 공공적이지 않은 듯 하고

찾아가지 않은 시간들이 쌓여서 고궁이라 한다면,

 

 

 

수레국화

 

 

 

오늘 이 곳엔 한 사람만 빼고 다 왔습니다

마당엔 옛 주인이 피운 꽃들 한창이네요

파란 수레국화를 보셨나요

그는 이제 올수 없는 사람인지

파란색, 문득 빈자리의 빛깔 같습니다

 

기억은 참 자주 밟히곤 합니다

멀리 있는 음식을 집을 때 누군가 접시를 가까이 옮겨 주

었는데

잠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빛깔을 없는 곳에서 보았습니다

 

오늘 이 곳엔 한 사람만 있습니다

 

눈에 밟힌다는 말,

밟는 사람이 더 아픈 이런 장면도 있네요

잡담이나 웃음 소리들이 겉도는 저 아래쪽은 축축한 그늘

파란수레,

그 바퀴에 이미 추운 생이 감겨버린 듯

감겨서 굴러 간 듯

 

오늘 이곳엔 나만 빼고 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