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리
혀
그 공원 들어설 때 의자마다
남과 여가 앉아 있었고
돌아나올 때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의자위엔
혀가 낙엽처럼 떨어져 있고
떨어진 것들이 공원을 구성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우리 떨어뜨리는 게 많지
중요한 건, 다시 주우러 오지 않는 다는 거
공원엔 늘 많은 현재들만 술렁여서
놓친 풍선은 돌아오지 않는 걸까
공원은 그다지 공공적이지 않은 듯 하고
찾아가지 않은 시간들이 쌓여서 고궁이라 한다면,
수레국화
오늘 이 곳엔 한 사람만 빼고 다 왔습니다
마당엔 옛 주인이 피운 꽃들 한창이네요
파란 수레국화를 보셨나요
그는 이제 올수 없는 사람인지
파란색, 문득 빈자리의 빛깔 같습니다
기억은 참 자주 밟히곤 합니다
멀리 있는 음식을 집을 때 누군가 접시를 가까이 옮겨 주
었는데
잠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빛깔을 없는 곳에서 보았습니다
오늘 이 곳엔 한 사람만 있습니다
눈에 밟힌다는 말,
밟는 사람이 더 아픈 이런 장면도 있네요
잡담이나 웃음 소리들이 겉도는 저 아래쪽은 축축한 그늘
파란수레,
그 바퀴에 이미 추운 생이 감겨버린 듯
감겨서 굴러 간 듯
오늘 이곳엔 나만 빼고 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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