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집단동조 심리 이해하기
자아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하지만 아직 미숙하고, 옳고 그름의 가치관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청소년기는 독립적인 성인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행착오를 통해 체험하게 된다. 아동기 까지 부모나 교사의 가르침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따르던 행동도 점차 그 영향력을 벗어나게 되고, 대신 같은 시기 문화를 공유하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훨씬 밀접 해지고 그 영향력도 커지게 된다.
<사례 1>
휴일을 지나 등교 한 어느 월요일.
창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신다는 한 아주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일요일 손님이 벅적거리는 시간에 여학생 두 명이 화장품을 골라 계산을 하지 않고 몰래 훔쳐 나가다가 들켰다는 것이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잘못을 인정하면 훈계를 하고 묻어두려고 했는데 이 학생들의 태도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고, “걸려서 재수없다.”는 반응이어서 학교에 연락을 해서 알리고 그 학부모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 남의 학교 이름을 팔리거나 다른 거짓 이름을 대서 위기를 모면하고 나면 그 당사자를 찾아내기도 어려운데 아주머니가 야무지게 학생신상을 파악했던지 불려 온 두 학생이 그 일을 시인을 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계산을 하려고 했었다고 우기면서 그 아주머니 탓을 하는 통에 결국 학부모를 부르게 되었다. 한 학생은 평소에도 거짓말을 잘하고 가정에 문제가 있어 생활지도를 요하는 학생이었지만 한 학생은 전혀 별 문제가 없던 아이였다.
예상대로 그 학생의 어머니는 전혀 딸의 일탈행동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용돈도 충분히 주고, 원하는 것도 웬만하면 다 사주는 편’인데 전혀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례 2>
중학교 2학년 남자 아이 네 명이 학교 앞 가게에서 빵과 과자를 훔쳐 나오다 주인아저씨께 들켜서 인성부에 잡혀왔다. 평소에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공부도 웬만히 하는 녀석들이며 그 중에는 아버지가 경찰관인 아이도 있고, 어머니가 교사인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 얘기로는 마침 배도 고프고, 아저씨가 졸고 있어서 들키나 안 들키나 모험반, 호기심 반으로 일을 벌렸다는 것이고, 도둑질 해 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마침 주인아저씨가 ‘자기도 자식 키우는 사람이고, 자라는 아이들이 한 번 씩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를 해주고, 훈계하는 차원에서 마무리가 되었지만 학교 주변에서 그런 피해를 수차례 당해서 벼르고 있던 사람이라면 그 학생들에게 그간의 손해를 모두 배상하도록 요구하고 일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면 “절도죄”로 경찰이나 검찰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위 사례들이 다 청소년기 동조성에 의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청소년기 흡연이나 음주도 거의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확산되기 마련이다. 학교에서 두 세명이 아닌, 여덟~ 열명 가까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학생집단에서 세(勢)를 과시하고 심지어 교사에게까지 반항하면서 집단에서 옳지 못한 힘을 행세하는 학생 무리들 사이에 서로를 묶어두고 결속력을 강하게 하는 것이 “청소년기 동조성”에 의한 영향력이다.
1. 청소년의 이해
1) 청소년기 주요과업과 정체성 형성
청소년기는 신체적, 정서적, 도덕적, 사회적 측면에서 아동에서 성인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적(transition period) 발달단계로서, 아동과 성인의 특성을 동시에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은 “반항의 시기”로 보는 입장과“순응과 적응의 시기”로 간주 하는 입장으로 양분되기도 한다.
우선반항의 시기로 보는 입장은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로 본 Hall의 견해가 그동안 지배적이었는데 , Hall은 청소년기를 인생에서 특별한 시기로 보고 청소년들은 갈등하고 방황하고 반항하는 존재이며, 이러한 과정은 아주 당연하고 오히려 그들의 발달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보았다. 즉 성인도 아동도 아닌, 애매모호한 위치에서 청소년은 자아의식과 현실적응사이의 갈등, 소외, 외로움, 혼돈의 감정을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한 긴장과 혼란이 이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로 만든다는 것이다.
즉 청소년들은 그들을 지배하려는 주위 인물들과의 갈등을 통해 개성을 발달시키고 독립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반면 반듀라(Bandura)는 청소년들이 반드시 Hall의 견해처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것은 아니며 또 겪을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즉 청소년들의 행동에 대하여 기성세대가 지나치게 반응하고 또 대중매체가 이를 과장함으로써 오히려 그런 관념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므로 다른 어느 기제보다 오히려 사회학습과정을 통한 모방, 모델학습, 금지해제 등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청소년기를 정체성을 중심으로 발달론적 관점에서 본 Erikson의 견해는 위에서 언급된 대립된 관점을 모두 수용하고 있다. 청소년기가 질풍노도의 시기일 소지는 다분히 안고 있으나, 이것은 전 생애를 살아가는 동안 매단계마다 겪어야 할 위기와 이룩해야 할 발달과업이 있으며 청소년기는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시기로 자신에 대한 결정을 잠시 보류할 수 있는 시기이며 오랜 기간의 정체성 탐색은 고통스러운 것 일수도 있으나, 그것은 결국 보다 높은 차원의 인격적 통합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2) 청소년기 자아정체감
자아정체감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분리된 ‘독특한 개인’으로 자각하며, 대인관계, 역할, 목표, 가치 및 이념 등에 있어서 자기다움을 견지해 나가려는 의식, 무의식적인 노력을 말한다.
청소년은 자아정체성의 확립을 통하여 자기 자신의 모습을 비롯하여 존재의 가치, 삶의 목표와 의의를 찾게 된다. 자아정체성을 올바르게 확립한 청소년은 삶의 목표가 뚜렷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와 현실 속에서 자기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명확하게 자각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의욕적으로 한 사람의 독립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아정체성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청소년은 인생관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삶의 목표와 방향이 뚜렷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혼란으로 매사에 충동적이고 동요하기 쉽다. 이러한 청소년들은 주위의 감언이설이나 선동에 쉽게 휩쓸리면서 비합리적이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아정체성 발달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 사회적 적응, 대인관계, 일탈과 비행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Erikson은 8단계 중 특히 청소년기의 자아정체성을 중요시 했고, Erikson의 견해를 더욱 발달시킨 Marcia는 정체성 형성여부와 확신여부에 따라 정체성 성취와, 정체유예, 정체유실과 정체혼미의 4가지 분류를 통해 정체성과 자신의 역할기능과의 관계 이론을 폈다.
2. 집단동조와 집단역학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집단에 속하고 특히 오랜 기간 학교집단 생활을 통해 사회화과정을 겪는다. 그 중에서 아동에서 성인기로 가는 과도기적인 청소년기에는 부모나 교사 등의 성인보다는 친구들끼리의 동류의식과 문화적 공감대를 동해 “동조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시기이다.
Asch는 다수집단의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동조현상의 문화 및 시대적 비교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서구사회에서와 같이 전형적인 개인주의적 문화에서는 개인이 집합체에 우선하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많이 분포된 집합주의 사회는 공유된 목표와 상호의존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 결과로 집합주의 문화권에서 사람들이 더 동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영향의 원천이 낯선 사람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거나 친구일 때 더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Frager,1970).
집단은 그 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이 원리가 집단역학의 핵심에 속한다.
Sherif(1936)와 Newcomb(1943) 같은 초기집단역학자들은 이 원리를 확인하여 집단의 태도와 견해가 바뀌면 성원들의 태도와 견해가 바뀐다는 것을 발견하였지만, 집단의 위력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는 Solomon Asch의 동조연구로 인정되고 있다.
청소년기는 정체성이 형성되어가는 시기로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데 가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던 학생이 어울리는 다른 친구들의 권유로 물건을 훔치는 일에 가담하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과 어울릴 경우 대개 담배를 피우게 된다.
특히 흡연의 문제에 있어서는 아동기에는 흡연의 피해나 영향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 (예: 폐가 굳어간다. 기억력이 감퇴하여 공부를 못하게 된다. 기형아를 출산한다 등)흡연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러한 정보를 다 알고 있는 중, 고등학생들은 흡연의 정도가 심한 학생과의 어울림의 방향을 바꾸거나 그 동조할 수 있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 금연 예방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학자들의 견해가 일반적이다.
어떻든 문제가 발생하여 호출된 학부모들은 자기자식은 착한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렇다는 주장을 한결 같이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을 접하면서 학생을 객관적으로 보는 교사와 자녀를 주관적으로 보는 학부모와의 사이에는 판단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교사가 볼 때는 다 비슷한 생각으로 그런 행동들이 좋아서 또 본인의 의지가 그쪽으로 움직여서 함께 어울리고 친구가 되었겠지만 시기적으로 동조심리가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여진다.
청소년기 학생 개개인에 대해서 ‘ 교사가 잘 모르고, 그 부모가 제일 잘 모른다’는 말이 있다. 자녀에 대한 버릇이나 습관, 음식이나 옷에 대한 기호는 그 부모가 제일 잘 알겠지만 청소년기 내적인 변화나, 학교집단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는 학급 학생들이나 친한 친구가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여겨진다.
집단의 의견과 판단, 또는 행동에 맞추어서 자신의 의견, 판단 또는 행동을 변화시키는 시기가 청소년기라 여겨진다.
건전하고 생산적이면서, 가치 있는 일에 동조하도록 하는 학급분위기, 학교분위기가 형성되도록 집단역동이 일어 나도록 여건을 조성 해 주고, 활발한 학급자치 활동과 취미와 기호, 흥미가 같은 동아리활동을 권장해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내면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할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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