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정연복-장미, 홍윤기-장미꽃은

생게사부르 2016. 5. 12. 01:54


정연복

 

 

 

장미

 

나는 세상의 모든
장미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월의 어느 모퉁이에서
한순간 눈에 쏙 들어왔지만

어느새 내 여린 살갗을
톡, 찌른 독한 가시

그 한 송이 장미를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상의 모든 별빛보다
더 많은 눈동자들 중에

남몰래 딱, 눈이 맞아
애증(愛憎)의 열차에 합승한

그 한 여자를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1957-)


 

장미꽃은/홍윤기

 

신의 도톰한 손이다, 손,손
무너지지 말아야 할 사랑을
위하여
양심을 눈물로 시늉하는 몇
방울의 고백
하지만 나도 별수 없이 남 속이면서
한 가지씩 세상을 배웠단다
장미라하여 모두
예쁜 것은 아니지
다만 꽃이라는 말은 향기롭구나
그대여 숨기지 마라
어찌 기침소리를 두손으로 막을 수 있을까
가시 돋힌 또 하나의 배반을
손에 움켜쥐고
나는 오늘도 바람 속을 나 뒹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