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수명-장미 한다발, 송욱-장미

생게사부르 2016. 5. 13. 07:49

이수명

 

장미 한다발

 

꽃집 주인이 포장을 했을 때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집에 돌아와 화병에 꽂았더니 폭소는
더 커졌다. 나는 계속해서 물을 주었다. 장미의 이름을 부르며
장미는 몸을 뒤틀며 웃어댔다. 장미 가시가 번쩍거리며 내게 날아와 박혔다. 나는 가시들을
훔쳤다. 나는 가시들로 빛났다. 화병에 꽂힌 수십, 수백장의 꽃잎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나는 기다렸다. 나는 흉내냈다. 나는 웃었다. 그리고 웃다가, 장미가 끼고 있는 침묵의 틀니를 보았다.
장미는 폭소를 터뜨렸다

 

 

    

1965년 서울 출생.

    1994년 '작가세계' 겨울호에 <우리는 이제 충분히> 외 4편의 시로 작품활동 시작

 

 

 

송욱

 

 

장미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받고

서슬이 푸러렀다

 

춤을 추리라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밭이다

핏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면은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1925년 4월 19일 ~ 1980년 4월 (향년 55세)

서울출생, 1953년 문예지 시 '꽃'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