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정일근-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생게사부르 2016. 5. 14. 20:23

정일근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어디 한량없는 목숨이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에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 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를 산다면
이 사랑도 지겨운 일이어요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빡 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 별이어요
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게지요
사라지는 것들의 사랑이니
사람의 사랑은 더욱 아름다운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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