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공광규-아름다운 사이, 별국

생게사부르 2016. 5. 10. 00:10

공광규

 

아름다운 사이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았어요
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사이군요

서로 아름다운 거리여서
손톱 세워 할킐 일도 없겠어요
손목 비틀어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서로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일도

이쪽에서 바람 불면
저쪽 나무가 버텨주는 거리
저쪽 나무가 쓰러질 때
이쪽 나무가 받쳐주는 사이 말이어요

 

 

별국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 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 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1960. 충남 청양군

1986. 동서문학' 저녁 1'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