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老母)/문태준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 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 있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
그는 골짜기에 사는 새소리와 꽃과 나물을 다
받아 먹는다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와 산뽕나무와 으름덩굴을 다
받아 먹는다
서울 백반집에 밥을 먹을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사진 출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출연 할머니
THE FACT 연예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박남희
어머니를 뒤지니 동전 몇개가 나온다
오래된 먼지도 나오고
시간을 측량할 수 없는 체온의 흔적과
오래 씹다 다시 싸둔
눅눅한 껌도 나온다
어쩌다, 오래전 구석에 쳐 박혀 있던
어머니를 뒤지면
달도 나오고 별도 나온다
옛날 이야기가 줄줄이 끌려나온다
심심할 때 어머니를 훌러덩 뒤집어보면
온갖 잡동사니 사랑을 한꺼번에 다 토해낸다
뒤집힌 어머니의 안쪽이 뜯어져
저녁햇빛에
너덜너덜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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