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문태준-노모, 박남희-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생게사부르 2016. 5. 7. 17:00

노모(老母)/문태준



 

반쯤 감긴 눈가로 콧잔등으로 골짜기가 몰려드는 이
있지만
나를 이 세상으로 처음 데려 온 그는 입가 사방에
골짜기가 몰려 있었다
오물오물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
그는 골짜기에 사는 새소리와 꽃과 나물을 다
받아 먹는다
맑은 샘물과 구름 그림자와 산뽕나무와 으름덩굴을 다
받아 먹는다

서울 백반집에 밥을 먹을때 그는 골짜기를 다 데려와
오물오물 밥을 씹으며 참 아름다운 입가를 골짜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사진 출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출연 할머니

              THE FACT 연예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박남희

 

 

 

어머니를 뒤지니 동전 몇개가 나온다

오래된 먼지도 나오고

시간을 측량할 수 없는 체온의 흔적과

오래 씹다 다시 싸둔

눅눅한 껌도 나온다

 

어쩌다, 오래전 구석에 쳐 박혀 있던

어머니를 뒤지면

달도 나오고 별도 나온다

옛날 이야기가 줄줄이 끌려나온다

 

심심할 때 어머니를 훌러덩 뒤집어보면

온갖 잡동사니 사랑을 한꺼번에 다 토해낸다

 

뒤집힌 어머니의 안쪽이 뜯어져

저녁햇빛에

너덜너덜 환하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