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송찬호 이슬

생게사부르 2016. 4. 27. 08:36

송찬호


이슬


나는 한 때 이슬을 잡으러 다녔다
이른 아침이나 새벽,
물병 하나 들고
풀잎에 매달려 있는 이슬이란 벌레를

이슬이란 벌레를 잡기는 쉬웠지
간밤 꿈이 무거운지
어디 튀어 달아나지 못하고
곧장 땅으로 뛰어내리니
그래도 포획은 조심스러웠지
이슬이 죽으면

돌처럼 딱딱해지니까

나는 한때 불과 흙과 공기의 조화로운 건축을 꿈꿨으나
흙은 자본이 되고
불은 폭력이 되고
나머지도 너무 멀리 있는 공기의 사원이 되었으니
돌이켜 보면 모두 헛된 꿈

이슬은 물의 보석, 한 번 모아볼만 하지
기껏 잡아 모아놓는 것이
종아리만 적실지라도
이른 아침 산책길 숲이 들려주던 말,
뛰지 말고 걸어라 너의 천국이 그 종아리에 있으니 


                                  

                                            <시와 표현> 2015. 1월호

 

 

1959. 충북 보은

1987.<우리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

 

동시집 <저녁별> < 초록 토끼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