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황사- 윤은경, 류근

생게사부르 2016. 4. 24. 14:52

황사

             

                                윤은경

 

그리움에도 그런 전도(顚倒)가 있는 줄 알지 못했다

내몽골 고비에서 태어 난
이천만 톤 목마름의 무게
눈을 감고 코를 막아도 몸속 깊이 스며드는
뜨끔뜸끔한 통증만으론 다 알수 없었다

춘분절 소인 찍힌 편지를 받던 날
어둑어둑,
당신 없이,
흙비 맞고 돌아와
오래 답장을 썼다

 

적막

 

 

툭툭 불거진 관절 마디마디 절벽이다

신경통처럼 시큰거리는 암흑 쥐어 짜면 주르르

핏물 흘러 내리겠다

 

문풍지처럼

너덜거리는 문서 한 잎 달랑 붙이고 선 포도원

 

끝없다

지주목 발치, 야위어 일몰 더듬는

 

- 제 몸에도 그런 고비가 있었습니다
(계간 미네르마 2006. 여름)


1962 충남 공주

1996 <시와 시학 > 등단

1996 '시와 시학' 간 신인상

시집: <벙어리 구름> < 검은 꽃밭>

 

 

 

황사

                      류근



 

사막도 제 몸을 비우고 싶은 것이다
너무 오래 버려진 그리움 따위
버리고 싶은 것이다
꽃피고 비 내리는 세상 쪽으로
날아가 한꺼번에 봄날이 되고 싶은 것이다
사막을 떠나 마침내 낙타처럼 떠도는
내 고단한 눈시울에
흐린 이마에
참았던 눈물 한 방울 건네 주고 싶은
것이다

1966. 경북 문경

1992. 문화일보 신춘문예

 

    

      *         *         *

      

       '황사'라는 용어가 일기예보 처럼 일상용어가 되고

       시의 소재가 되기 시작한게 언제 부턴지 잘 모르겠다

      

       무거운 겨울을 견디고

       조금 마음 가벼워 지려는 봄철을 맞을 때

       황사부터 먼저 맞이 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시 하게 된 일

       황사,미세먼지 농도를 휴대폰 앱으로 검색하는 일상

 

       금, 토요일을 야외서 보냈는데

       특히 어제는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 

       사람이 살아 가는 일로 별 눈물 흘릴 일이 없었는데

       어제는 눈이 따끔 거리고

       속절 없이 눈물이 흘러 눈가를 훔치고 다니느라

       엄청 불편을 겪었다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산을 뚫고 길을 내고

       바다를 막아 육지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건설공화국

       부쩍 안개도 흔해 졌다고 느낄 때가 많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아니래도 지진활동이 일상적인 삶을 위협하는 빈도가 많아지고 있어

       불안 한 속에서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지구 곳곳에서

       때 아닌 우박, 폭설, 홍수가 흔해졌다

      

       자연을 잠시 빌려 쓰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이건만

       자연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이익을 취하기에 급급한 인간들의

       오만이 가져 온  결과의 일부분일 것이다.

 

       시인은 '황사'마저 시적 정서로 노래하지만

       현실에서는 지금 당장, 또 미래 반드시 그 댓가를 지불 해야하는 일이

       '자연생태 파괴' 영역일 것이란 생각에 조금 우울 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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