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용택-편지

생게사부르 2016. 4. 21. 13:33

김용택

편지

봄비 오는 날 뭐한다요
책을보다 밖을 보면 비가 오고
비에 마음 빼앗겨
넋을 놓고
비를 보다
비 따라가던
마음이 문득 돌아오면 다시 책을 봅니다
그러다가 내 마음 나도 모르게 움직여
도로 그리 간답니다
시방 뭐하시는 지요
나는 오늘 혼자 놉니다
비를 보며,
때로 바람따라 심란하게 흔들리는 비를 보며
혼자 놉니다
선암사 홍매가 피어나는지
선암사 홍배매는 피는지
선암사 홍매는 피어 버렸는지
자꾸 선암사 홍매가 궁금합니다.
이끼 낀 가지 끝에
붉은 이슬처럼 맺힌 홍매를 생각하며
빗방울을 따라가다 보면 빗방울들이
땅에
툭툭 떨어져 부서지며 튀어 오릅니다
산이 적막하고
나도 적막하고
물이고요하고
나도 고요합니다
고요한 마움에 피는 선암사 홍맻빛이
내 마음에 물결처럼 일어 납니다
일었답니다
내 마음이 자꾸 그리 갑니다.
가는 마음 붙잡아 되돌려 않혀 놓아도
마음은 자꾸 그리 달아 납니다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선암사 홍매는 한 잎 두잎 꺼져도
내 마음에 일어 난 그리운 꽃빛은 언제나
꺼질지 나는 모른답니다
나도 모른답니다

 

 

     사진 출처 : 전남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