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 가책받은 얼굴로
빗방울 떨어지며 후두둑 나를 읽는다
지운 文章처럼 나는
가책받은 얼굴로 빗속에 서 있다
대추나무의
약한 열매들이 빨리 미련을 버리고
비에게 자리를 내준다
나와 자리를 바꾸자는,
잡풀에 떨어지는 빗물 소리
가책받은 목소리로 나는 이 순간 經을 읽는 것이다
빗물이 시커먼 눈을 뜨고 또랑으로 들어간다
별의 감옥
저 입술을 깨물며 빛나는 별
새벽 거리를 저미는 저 별
녹아 마음에 스미다가
파르륵 떨리면
나는 이미 감옥을 한 채 삼켰구나
유일한 문밖인 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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