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곽재구-살구꽃 핀 날, 배꽃

생게사부르 2016. 4. 20. 14:36

곽재구 1 

 배꽃


배꽃들은
황토산 자락에
연분홍 첫사랑의 숨결을 토해놓지

포옹하는 법
입맞춤하는 법
한없이 서툴어도
가슴의 뜨거움 하나로
황토산 자락 억세게 끌어안지

한번 들어봐
무릎 꿇고
귀 깊게 대고
어디서 피가 끓는지
어디서 슬픔의 그늘이 드리우는지
누구의 뼈가 제일 먼저 강을 건너는지

바보 같은 웃음
바보 같은 사랑뿐으로
이 세상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행복한 것인지

어깨 으스러질 듯
못생긴 산과 하늘 부둥켜 안으며
배꽃들은
황토산 자락에
연분홍 첫사랑의 숨결을 토해놓지.


시집<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열림원.1999 >

 

살구꽃 핀 날


돌실 영감네
토종 닭들
새 병아리 쳤다

아무도
모이 주지 않고
둥지도 만들어 주지 않았는데
저네들끼리
들로 강으로 쏘다니다
호젓한 숲덤불
사랑 둥우리 지어 놓고

살구꽃
활짝 핀날
노랑 병아리 세마리
깜장 병아리 네마리 데불고
집으로 들어왔다

 

 

1954. 광주

1981. 중앙일보

신춘문예 " 사평역에서 " 당선으로 등단

 

 

 

 

사진출처: 시인의 파라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