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이영진-벚꽃이 진자리에

생게사부르 2016. 4. 6. 13:41

이영진

벚꽃이 진 자리에

허공에 비가 지나가고 난 흔적, 창밖을 가득 채웠던 벚꽃이
씻은 듯 사라졌다

꽃이 사라지면 혼란도 사라지는 것인지 목위로 차오르던 것
들이 제 자리로 내려 앉았다. 본래 제 자리란 것이 있기나 했던
가 꽃이 지고 난 다음에야 확인되는 가슴속의 어느자리 하나
꽃이 피어 있던 봄 내내 보이지 않던 그 자리에 시내버스들이
밀려들어 긴 정체를 만들고 나는 갑자기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부럽다

 


  

 

 

빈집의 꿈

 

                                정양

 

 

개나리 꽃 울타리가 눈부시다

지붕이 폭삭 내려 앉은 집

누가 살았던가 어떻게 집 떠났던가

지금은 어느 뼈빠지는 강산에 사무쳐

영영 돌아 오지 않는가

안 보아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다 알고 있어서 더

미치겠다는 듯이 눈깜 땜깜

엉망진창으로 피어서 휘늘어진 개나리 꽃

방문도 부엌문도 사립문도

다 떨어져나가고

앞뒤로 휑하니 눈부시는 꽃

미치게 눈부신 집

 

 

 

 

*          *           *

 

개인적으로 벚꽃이 너무 만개해

낱개 꽃 구분이 안 되는 나무보다 꽃이 적당히 떨어지고

꽃과 푸릇한 잎이 함께 섞여 있는 상태가 저는 더 이쁘더라구요.

 

일년을 준비해서 꽃 피우고 채 일주일,열흘 만나는 세상

봄을 시샘하는 봄비 한 번에 대책없이 속절없이

어져 내립니다.

사라질 혼란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조금 더 들면

꽃 진 자리가 눈물겹게 아름다울 것입니다.

 

갑자기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들... 그리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