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바람꽃-조행자, 김여정

생게사부르 2016. 4. 1. 08:30

바람꽃

 

조행자



 

바람꽃 하나 바람꽃으로 피어 있다
바람꽃 하나 바람꽃으로 흔들리고 있다
바람꽃 하나 바람꽃으로 울고 있다
무채색 한 송이 꽃
울고 있는 꽃이파리 뒤에서
술취한 엉겅퀴꽃의 굵은 목소리가
콱콱 가슴팍을 쥐어박고 있다
바람꽃 하나 바람꽃 하나로 온데간데 없다
흔적도 없이 흔적도 없이
떨어져 영영 보이지 않는
아, 무채색 바람꽃 한 송이


바람꽃

                                 

 

김여정

 

꽃보다 먼저되는 햇살을
햇살보다 먼저되는 가슴을
가슴보다 먼저되는 말씀을
말씀보다 먼저되는 바람꽃을
바람꽃 한 부대를 안을 당신을
먼 산보다 먼저
먼 산위의 구름보다 먼저
껴안는다
큰 바람인 당신을

꽃보다 먼저 지는 그늘을
그늘보다 먼저 지는 그림자를
그림자보자 먼저 지는 허공을
허공보다 먼저 지는 바람꽃을

 

 

 

 

사진 출처: 여고밴드 정숙희

 

 

     *     *     *

 

찬 겨울을 견디고

먼저 봄의 기별을 알렸던 바람꽃은

이제 흔적도 없네요.

그야말로 봄꽃들이 만개를 하니

잊히고 묻혀 갑니다.

 

인생도 그런 것임을 압니다.

 

그래도 자연은 일년 주기니

내년 겨울 지나 다른 꽃보다 먼저

펴서 다시 봄이오고 있음을

알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