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정란- 눈물의 방

생게사부르 2016. 4. 3. 10:34

김정란 3

 

눈물의 방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작고작은 방
그 방에서 사는 일은
조금 춥고
조금 쓸쓸하고
그리고 많이 아파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다보면
방바닥에
벽에

천장에
숨겨져 있는
나지막한 속삭임 소리가 들려
아프니? 많이 아프니?
나도아파 하지만

상처가 얼굴인 걸 모르겠니?
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 보는 얼굴
네가 나의 천사가
내가 너의 천사가 되게하는 얼굴
조금 더 오래 살다보면
그 방이 무수히 겹쳐져 있다는 걸 알게 돼
늘 너의 아픔을 향해
지성으로 흔들리며
생겨나고 생겨나고 또 생겨나는 방
눈물 속으로 들어 가봐
거기 방이 있어
크고 큰 방

 

 

*      *       *

 

이 환한 사월, 대낮에

벚꽃이 지천으로 흐드러져

사람들을 유혹하건만

존재로 말미암은 고독은

그 무엇으로도 잠 재울수 없어

이렇게 눈물의 방이 생겨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