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임
여자- 서정적 심장
물로 만든 심장을 갖고 있어요 나 당신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달에 이끌리는 거에요
발가락 비대증을 앓고 있어요 나 당신
거침없이 늘어나는 심장이 있으니
당연한 일인가요
만조 만월 부풀어 오르지만 터지지 않는 것
발톱이 빠질 때까지 걸어야 해요
길은 길로 이어지고 지도는 백지인데
당신은 어디 있나요
출렁이고 있어요 나 당신
어제는 볕이좋길래
심장을 쏟았어요
볕이 닿는 곳마다
하얗게 곰팡이가 피었어요
피다,는 산책하는 길이에요
실종이 다반사에요
눈부시니 보기 좋았어요
고양이 척추처럼 둥그런
반월의 심장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무딘 날이라도 훔치지 않는 심장은
없대요 심장은 상처니까요 뼈만 남은 날개 아래
심장이 있어요 사라지지 않는
물로 만든 심장이에요 나 당신
이용임/ 1976년 경남마산
<문예중앙 2015.여름호>
그림출처 : 카스 모든 그림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효근-화장(花裝) (0) | 2016.03.27 |
---|---|
안명옥- 그림속의 강 (0) | 2016.03.24 |
안도현/봄날은 간다 (0) | 2016.03.21 |
김이안- 이봐! 규화목...박미향-규화목 (0) | 2016.03.20 |
김명인- 무료한 체류, 따뜻한 적막 (0) | 2016.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