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안명옥- 그림속의 강

생게사부르 2016. 3. 24. 23:44

안명옥

 

그림 속의 강

 

붉은 강을 향해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어둠이 깊게 내린 서녘 강둑

강물 위에 발을 내려놓자
물 주름이 삽시간에 몰려와 발목을 움켜쥔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에
강을 건널거야

그림이 잠들지 않는 강물을 흔들어
내 앞에 안개를 어지럽게 풀어 놓는다

강은 나를 끌고 와 여기에서
길을 잃는다



—《시와 정신》2015년 겨울호

안명옥 / 경기 화성 출생. 200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사진출처: 옛그늘 문화유산 답사회 밴드 (윤점근 롯JTV)

시: '푸른 시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