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복효근-화장(花裝)

생게사부르 2016. 3. 27. 21:23

화장(花裝)/복효근

 



각시원추리 시든 꽃잎 사이에
호랑나비 한 마리 죽은 채 끼어 있다

시들어 가는 꽃의 중심에 닿기 위하여
나비는 최선을 다하여 죽어 갔으리라
꽃잎에 앉아 죽어가는 나비를
꽃은 사력을 다하여 껴안았으리라

폼페이 화산재 속에서
껴안은 채 발견된 연인의 화석처럼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서로에게 소멸되고 있었다

다시
노란 조등 하나가 켜지고

어느 궁극에 닿았다는 것인지
문득 죽음 너머까지가 환하다

 

<시와 시학> 2015년 겨울호


1962년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폼페이의 연인> 백진스키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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