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花裝)/복효근
각시원추리 시든 꽃잎 사이에
호랑나비 한 마리 죽은 채 끼어 있다
시들어 가는 꽃의 중심에 닿기 위하여
나비는 최선을 다하여 죽어 갔으리라
꽃잎에 앉아 죽어가는 나비를
꽃은 사력을 다하여 껴안았으리라
폼페이 화산재 속에서
껴안은 채 발견된 연인의 화석처럼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서로에게 소멸되고 있었다
다시
노란 조등 하나가 켜지고
어느 궁극에 닿았다는 것인지
문득 죽음 너머까지가 환하다
<시와 시학> 2015년 겨울호
1962년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폼페이의 연인> 백진스키 그림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은교-동백, 우리가 물이되어 (0) | 2016.03.29 |
---|---|
조지훈-낙화(落花), 유곡(幽谷) (0) | 2016.03.28 |
안명옥- 그림속의 강 (0) | 2016.03.24 |
이용임,여자 ( 서정적 심장) (0) | 2016.03.24 |
안도현/봄날은 간다 (0) | 2016.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