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국수/정서희

생게사부르 2021. 9. 4. 08:42

국수/정서희

 

 

저,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물이 젊

은 엄마일지 모르네

 

어떻게 오셨나요

메게이스*를 처방 받을 수 있을까요

 

아카시아 이팝나무 꽃들이 휙휙

달리는 초여름

국수 한 대접 훌훌 말아드시곤

한덩이 더 담아내던 엄마

 

지금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물,

엄마가 우려낸 젊은 엄마일지도

모르네

 

열무 넣고 보리밥 슥슥 비벼 숟

가락 부딪치며 먹던 때가 생각나

나요

양은 냄비 바닥에 깔린 밥마저

자식에게 물리시고 저만치 떨어

져 앉으시더니

 

이젠 입맛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앉으신 어머니

오오

 

지금 가마 솥에서 끓고 있는 물,

우리 엄마가 팔순지나고 아흔

이 되어 비로소

우려낸 현탁액인가요

 

 

 

 

* 메게이스내복현탁액: 식욕을 증진시킴으로써 암환자 및

에이즈환자의 식욕부진 및 체중감소를 개선시켜주는 약

 

 

*    *    *

 

 

'문학과 사람' 2020년 봄호 신인추천시에

 

국수외 '길' '모국어 굽는 샴포트' 

 

세편을 읽었는데 참으로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시' 입니다.

 

결국 시를 쓰는 시인의 삶의 반영일테지요.

 

이 세상에 시인이 너무 많고 시가 너무 많다지만

 

그래요.

 

아침에 눈 떠서 잠자리 들때까지 자본의 물욕에 둘러싸여 사는데 

 

'일단 시를 쓰는 시간만큼은 죄를 덜 짓는 시간 '이라 보고

 

이 세상, 하늘의 별만큼 시가 많이 쏟아져 나오더라도

 

쓸 사람은 계속 써야지요. 

 

 

 

 

사족: 사진은 ' 국수'가 아니라 '짬뽕'이라는 메뉴

중국집 짬뽕과 달라서 소고기 국밥에 국수가 섞여 나오는 형태입니다.

식당 위치는 ' 함안'...점심시간 줄서서 기다리는 곳인데

복잡하면 이웃한 곳 두 집이 있어 꼭 이집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