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정서희
저,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물이 젊
은 엄마일지 모르네
어떻게 오셨나요
메게이스*를 처방 받을 수 있을까요
아카시아 이팝나무 꽃들이 휙휙
달리는 초여름
국수 한 대접 훌훌 말아드시곤
한덩이 더 담아내던 엄마
지금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물,
엄마가 우려낸 젊은 엄마일지도
모르네
열무 넣고 보리밥 슥슥 비벼 숟
가락 부딪치며 먹던 때가 생각나
나요
양은 냄비 바닥에 깔린 밥마저
자식에게 물리시고 저만치 떨어
져 앉으시더니
이젠 입맛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앉으신 어머니
오오
지금 가마 솥에서 끓고 있는 물,
우리 엄마가 팔순지나고 아흔
이 되어 비로소
우려낸 현탁액인가요
* 메게이스내복현탁액: 식욕을 증진시킴으로써 암환자 및
에이즈환자의 식욕부진 및 체중감소를 개선시켜주는 약
* * *
'문학과 사람' 2020년 봄호 신인추천시에
국수외 '길' '모국어 굽는 샴포트'
세편을 읽었는데 참으로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시' 입니다.
결국 시를 쓰는 시인의 삶의 반영일테지요.
이 세상에 시인이 너무 많고 시가 너무 많다지만
그래요.
아침에 눈 떠서 잠자리 들때까지 자본의 물욕에 둘러싸여 사는데
'일단 시를 쓰는 시간만큼은 죄를 덜 짓는 시간 '이라 보고
이 세상, 하늘의 별만큼 시가 많이 쏟아져 나오더라도
쓸 사람은 계속 써야지요.
사족: 사진은 ' 국수'가 아니라 '짬뽕'이라는 메뉴
중국집 짬뽕과 달라서 소고기 국밥에 국수가 섞여 나오는 형태입니다.
식당 위치는 ' 함안'...점심시간 줄서서 기다리는 곳인데
복잡하면 이웃한 곳 두 집이 있어 꼭 이집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서운 꽃/오늘 (0) | 2021.10.05 |
---|---|
소금인간/정끝별 (0) | 2021.06.30 |
누가 기억 속에 울새를 넣었을까/김필아 (0) | 2021.04.13 |
배춧잎이 시들어간다/ 박희연 (0) | 2021.02.14 |
서울로 가는 全琒準/안도현 (0) | 2021.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