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소금인간/정끝별

생게사부르 2021. 6. 30. 11:41

소금인간/ 정끝별

 

 

돌도 쌓이면 길이되듯 모래도 다져지면 집이되었다 발을 떼면 허공도 날개였다

사람도 잦아들면 소금이 되었고 돌이 되었다

 

울지 않으려는 이빨은 단단하다 태양에 무두질 된 낙타의 등에 얼굴을 묻고 까무룩

잠이들면 밤하늘이 하얗게 길을 냈다 소금길이 은하수처럼 흘렀다 품었다 내보낸

길마다 칠 할의 물이 빠져나갔다 눈썹 뼈 밑이 비었다 

 

모래 반,별 반, 저걸 매몰당한 슬픔이라해야할까? 낙타도 한때 머물렀

으나 바람의 부력을 견디지 못한 발자국부터 사라졌다 소금 반, 흩어진 발뼈들

이 반, 끝내지 못한 것, 시간에 굴복하지 못한 것들의 백발이 생생하다

 

한 철의 눈물도 고이면 썩기마련, 한번 깨진 과육은 바닥이 마를 때까지 흘러나

오기 마련, 내가 머문 이 한철을 누군가는 더 오래 머물것이다 머문만큼 늙을 것이다

 

알몸으로 태어나 맨몸으로 소금산에 든 자여, 마지막으로 시야를 잃은 고요여,머리

를 깨뜨려라, 모래로 흩어지리니, 세상 절반을 품었던 두팔 없다, 가죽신발 속

절여진 발, 흔적도 없다

 

                    문학동네 2015. 봄호

 

 

 

모래도 다져지면 집이 되었다...샌드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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