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인간/ 정끝별
돌도 쌓이면 길이되듯 모래도 다져지면 집이되었다 발을 떼면 허공도 날개였다
사람도 잦아들면 소금이 되었고 돌이 되었다
울지 않으려는 이빨은 단단하다 태양에 무두질 된 낙타의 등에 얼굴을 묻고 까무룩
잠이들면 밤하늘이 하얗게 길을 냈다 소금길이 은하수처럼 흘렀다 품었다 내보낸
길마다 칠 할의 물이 빠져나갔다 눈썹 뼈 밑이 비었다
모래 반,별 반, 저걸 매몰당한 슬픔이라해야할까? 낙타도 한때 머물렀
으나 바람의 부력을 견디지 못한 발자국부터 사라졌다 소금 반, 흩어진 발뼈들
이 반, 끝내지 못한 것, 시간에 굴복하지 못한 것들의 백발이 생생하다
한 철의 눈물도 고이면 썩기마련, 한번 깨진 과육은 바닥이 마를 때까지 흘러나
오기 마련, 내가 머문 이 한철을 누군가는 더 오래 머물것이다 머문만큼 늙을 것이다
알몸으로 태어나 맨몸으로 소금산에 든 자여, 마지막으로 시야를 잃은 고요여,머리
를 깨뜨려라, 모래로 흩어지리니, 세상 절반을 품었던 두팔 없다, 가죽신발 속
절여진 발, 흔적도 없다
문학동네 2015. 봄호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서운 꽃/오늘 (0) | 2021.10.05 |
---|---|
국수/정서희 (0) | 2021.09.04 |
누가 기억 속에 울새를 넣었을까/김필아 (0) | 2021.04.13 |
배춧잎이 시들어간다/ 박희연 (0) | 2021.02.14 |
서울로 가는 全琒準/안도현 (0) | 2021.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