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누가 기억 속에 울새를 넣었을까/김필아

생게사부르 2021. 4. 13. 21:05

누가 기억 속에 울새를 넣었을까/김필아

 

 

먹빛 식탁보를 깔고 꽃이 수 놓인 매트를 올려 놓았다. 놋수저에 정갈한 일곱시가 오기를 기다렸으나 울새가 울었다

 

수백마리가 한꺼번에 요동쳤다. 너의 숲에 울새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퍼덕이던 깃털이 접시에 담긴다

 

너는 깃털을 씹는다. 씹을 때마다 식탁아래 깃털이 쌓이기 시작한다. 이러다 푹신한 이불을 만들 수도 있겠다고

넌 생각한다. 깃털을 씹고 있는데 몸에서 탄내가 났다. 의자에 몸을 비볐다. 입이 굳어진다

 

꿈속이 화석처럼 굳어간다

 

넌 애를 쓰고 있다 누가 자꾸 기억을 가져가는 것 같다고 목덜미를 길게 뽑아 콕,콕 관속을 쪼는 듯한 어스름이 덩굴 숲으로 오고 있다

노인의 졸음처럼 , 뚜르르 울새가 짤막하게 무음( 茂蔭 )속에서 울었던 거 같은

뚜르르, 몇개의 울음이 파헤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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