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겨울 휴관/ 김이듬

생게사부르 2020. 12. 27. 17:25

겨울 휴관 / 김이듬

 

 

무대에서 내려왔어 꽃을 내미네 빨간장미 한송이 참 예쁜애구나
뒤에서
웃고 있는 남자 한때 무지 좋아했던 사람이 목사가 되었다 하네 이주
노동자
들 모이는 교회라지 하도 괴롭혀서 도망치더니 이렇게 되었구나
하하하 그
가 웃네 감격적인 해후야 비록 내가 낭송한 시라는게 성직자에게
들려주긴
참 뭐한거였지만

우린 조금 걸었어 슬며시 그의 딸 손을 잡았네 뭐가 이리 작고 부드
러울까
장갑을 빼려다 그만두네 노란코트에 반짝거리는 머리띠 큰 눈동자
는 내 눈
을 닮았구나 이 애 엄마는 아마 모를거야 근처 미술관까지 차가운
저녁 바
람 속을 걸어가네 휴관이라 적혀있네 우리는 마주보고 웃다가 헤어지려네
전화번호라도 물어볼까 그가 나를 위해 기도할 거라하네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그 길에서 여기까지 밖에 못 왔구나 서로 뜻밖의 사
람이 되었어 넌 내곁을 떠나 붉게 물든 침대보 같은 석양으로 걸어가네 다
른 여자랑 잠자겠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      *      *

 

 

시가 공부를 해서 실력이 늘 수 있는 영역인지 잘 모르겠지만

 

김이듬 시인의 이런 시, 좋다

 

인생을 좀 살았고 시를 오래 읽어 왔으며

시 쓰기를 위한 공부도 좀 해 봤지만....그렇다.

 

이미 돌아 가신분들 이를테면 윤동주, 정지용, 김수영 시를 즐겨 읽다가

현존하며 활동하는 좀 젊은 시인 시를 읽고자 산 시집이 김이듬 시인의

' 말할 수 없는 애인' ( 2011. 4 .25. 문학과 지성사)이었다.

 

지역시인이란 점도 한 몫 했겠지만 , 2007년 ' 명랑하라, 팜 파탈' 시집이 먼저 나와 있었다.

지금이야 ' 팜므파탈' 용어가 낯설지 않지만 그 제목만으로도

' 페미니스트' 라는 강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 했을터이다.

 

이제 이 시인의 생물학적인 연령대는 그렇게 젊지 않지만

정신이 젊다면야 시에 노인은 없을 듯

 

시집으로 ' 별 모양의 얼룩' ' 명랑하라, 팜 파탈' ' 말 할수 없는 애인' ' 베를린, 달렘의 노래' 
' 히스테리아' ' 표류하는 흑발 ' ' ' 겨울밤 0시 5분' 

 

시집을 많이 낸 편인데, 30-40대 들끓던 영혼이 차분해 진 느낌이랄까

 

작품성으로야 ' 시골창녀'가 대작일테지만 ( 최근 전미번역상, 루시엔 스트릭번역상을 동시 수상했다는

소식)

 

나는 ' 겨울휴관' ' 아쿠아리움' 같은 시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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