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속으로 / 박명숙
드디어 산빛은 가속을 내고
폭풍처럼 불길이 들이닥칠 때
티끌도 흠집도 죄다 태우며
미친 하늘이 덤벼들 때
맞습니다.
길은 보이지 않고
바람이 우리 몸뚱이 통째로 말아버리면
어디선가 어둠도 저린 발가락 피가 나도록
긁고 있겠지요
접었던 시간의 소매를 내리며
먼 기억들이 박쥐처럼 날개를 펴고
휘몰아치는 단풍속으로, 속으로
마구 날아드는 것이겠지요
끝도 없이 서로 얼굴을 부딪치며
세상의 굽이마다 서로 얼굴을 부딪치며
세상의 굽이마다 떨어져 쌓일 때
서둘러 낭떠러지가 올라오고 있는 것이겠지요, 지금
* * *
좀 오래 된 시임에도
여름 폭풍우 휘몰아치 듯
파도가 휘몰아쳐 윈드서핑하는 사람을 감아 올리 듯이
미친 듯이...
휘몰아 치는 단풍의 폭풍
서둘러 낭떠러지가 올라오고 있다는...
어제 지리산 뱀사골 들렀는데...
혼자 튀면서 불붙은 나무 외에 아직 낭떠러지가 올라오기에는
좀 이른 듯 합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시기에 갔는데 성삼재 휴게소 주차장 쪽에만
단풍이 있더라구요.
오히려 오는 길, 합천 해인사 단풍이 더 장관이었는데
지리산은 11월 첫째, 둘째 주면 그런 장관을 볼 수 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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