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단풍속으로/ 박명숙

생게사부르 2020. 10. 29. 11:28

단풍속으로 / 박명숙

 

 

드디어 산빛은 가속을 내고

폭풍처럼 불길이 들이닥칠 때

티끌도 흠집도 죄다 태우며

미친 하늘이 덤벼들 때

맞습니다.

길은 보이지 않고

바람이 우리 몸뚱이 통째로 말아버리면

어디선가 어둠도 저린 발가락 피가 나도록

긁고 있겠지요

접었던 시간의 소매를 내리며

먼 기억들이 박쥐처럼 날개를 펴고

휘몰아치는 단풍속으로, 속으로

마구 날아드는 것이겠지요

끝도 없이 서로 얼굴을 부딪치며

세상의 굽이마다 서로 얼굴을 부딪치며

세상의 굽이마다 떨어져 쌓일 때

 

서둘러 낭떠러지가 올라오고 있는 것이겠지요, 지금

 

 

 

*       *       *

 

 

좀 오래 된 시임에도

여름 폭풍우 휘몰아치 듯

파도가 휘몰아쳐 윈드서핑하는 사람을 감아 올리 듯이

미친 듯이...

휘몰아 치는 단풍의 폭풍

서둘러 낭떠러지가 올라오고 있다는...

 

 

어제 지리산 뱀사골 들렀는데...

혼자 튀면서 불붙은 나무 외에 아직 낭떠러지가 올라오기에는

좀 이른 듯 합니다.

작년에도 비슷한 시기에 갔는데 성삼재 휴게소 주차장 쪽에만

단풍이 있더라구요.

오히려 오는 길, 합천 해인사 단풍이 더 장관이었는데

 

지리산은 11월 첫째, 둘째 주면 그런 장관을 볼 수 있을 지...

 

 

 

뱀사골 입구 달궁마을 2020. 10.28 현재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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