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선인장/ 정성원
장마가 시작되면 마르는 것을 생각 해
비의 그림자가 버석거린다 냄새는 말캉하고
죽으면서 말캉한 비
젖는 곳이 있다면 한쪽은 증발하는 마음
공평한 방식으로 비가 내린다
비의 얼룩이 지워지면 백단이 핀다
오아시스로 가자, 서로의 손가락을 깨물며 광활한 모래언덕으로 가자
갈망은 처음부터 목이 마르는 목적을 가졌지
그것은 행선지를 방황하는 모래 알갱이처럼 우리의 방황이 깊어진다는 말
등을 구부릴 때마다 굴곡진 생의 촉수를 달고
한번도 내 편인 적 없는 너를 생각할래
백단 숲에 손가락이 핀다
알수 없는 감정이 괜찮다는 표정으로 흔들린다
비의 내용을 기록하는 손가락이 버석거린다
'시로 여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싱한 죽음/ 김희준 (0) | 2020.10.25 |
---|---|
맨 처음/ 신정민 (0) | 2020.10.17 |
에덴의 호접몽/김희준 (0) | 2020.10.12 |
깊은 개념은 얕은 문학시간에 다 배운 것 같아요/정성원 (0) | 2020.10.10 |
폴리트비체의 겨울/Daisy Kim (0) | 2020.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