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를 보면 세우고 싶다/ 반칠환
해묵은 비급, 당랑권을 선 보이며 불쑥,
국도위에 내려 앉는 사마귀를 보았다
찌를 듯한 기세가 미더웁다
저건 고서에도 있는 유서 깊은 싸움이다
그러나 흥분이 고조되기 전,
가볍게 승용차가 밟고 갔다
푸른 체액이 납작한 주검보다 멀리 흐른다
이게 그들이 펼친 무공의 전부다
하지만 사마귀들은 오늘도 푸른 푸섶에서
찬 이슬로 목을 축이며 새로운 검법을
연마하리라
반드시 질주하는 바퀴를 세우고 말겠노라고
바퀴처럼 둥근 달 둥글게 떠 오르면 더 한층
다짐하리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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