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악수/ 김희준

생게사부르 2020. 8. 26. 11:15

악수/ 김희준

 

 

 

비의 근육을 잡느라 하루를 다 썼네 손아귀를 쥘수록 속

도가 빨라졌네 빗방울에 공백이 있다면 그것은 위태로운 숨

일 것이네 속도의 폭력 앞에 나는 무자비 했네 얻어 맞은 이

마가 간지러웠네 간헐적인 평화였다는 셈이지 중력을 이기

는 방식은 다양하네 그럴 땐 물구나무를 서거나 뉴턴을 유

턴으로 잘못 읽어 보기로 하네 사과나무가 내 위에서 머리를

털고 과육이 몸을 으깨는 상상을 하네 하필 딱따구리가 땅

을 두드리네 딸을 잃은 날 추령터널 입구에 수천의 새가 날

아와 내 핵을 팠던 때가 있었네 새의 부리는 붉었네 바닥에

입을 넣어 울음을 보냈네 새가 물고 가버린 날이 빗소리로

저미는 시간이네 찰나의 반대는 이단(異端)일세 아삭, 절대

적인 소리가 나는 방향에서 딸의 좌표가 연결되는 중이네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들어 올리는 내가 있네 빗줄기를 잡

느라 손은 손톱자국으로 환했네 물집이 터졌으나 손금에는

물도 집도 없었네 단지 여름이 실존 했네

 

 

             웹진<시인광장>2017. 6월호

 

 

*         *         *

 

 

먼저 시인의 영면을 바라면서 안타까운 심정 뭐라 표현할 말이 없네요. 

장래가 촉망되는... 이라는 말이 참으로 상투적이겠지요 

 

1994년 통영 출생이니 만 26세입니다

시집 ' 이상하고 아름다운' 의 강재남 시인의 딸로 모녀시인으로 알려졌지요

만나본 적은 없지만 제가 부러워 하는 모녀였습니다

 

엄마영향을 받았는지 어릴 때부터 시를 잘 써 ' 시 영재' 였다지요

경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재학 중인 재원이고

 

2017년 '시인동네'로 등단한 뒤 한창 왕성한 시작으로 그의 시세계를 알리는 중인데...

빗길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지 한달 쯤 되었다네요

위 시 ' 악수'가 3년 뒤 시인의 엄마가 쓸 시를 미리 앞당긴 듯한 느낌을 줘서

슬픕니다

 

이 세상 살면서 자식을 먼저 앞 세우는 부모심정...

 

장례식장을 가서 아직 새파란 젊은 이들이 망자일 때 

어떤 연유로 죽었든지간에... 참 슬프고 안타깝지요

 

몇년 전에 정말 남 부러울 것 하나 없어 보이던 초등동창 딸 부고가 올라와서 당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 졸업하고 성인되어 몇번 보지 못했지만 어린시절부터 참 부러워 하던 친구였거든요.

이쁜데다 우리들이 막 다닐때 엄마가 공주같이 옷을 해 입혀서...남여학생 불문하고 선망의 대상이었지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 집안 사정이 좀 안 좋아졌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 능력있는 남편에 해외파 영재 딸들

모녀 패션으로 여성지 화보도 나오고 했는데...

 ' 세포암' 이라고 들었습니다.

세상 살면서 정말 다 가질 수는 없나 봅니다.

 

8월 10일이니 최근이네요.

지인 아들 장례식장엘에 다녀 왔습니다

밤에 귀산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발견이 늦었나 봅니다

중환자실에서 일 주일을 사투하다가... 운명을 달리 했어요.

김희준 시인이나 비슷한 나이일텐데...

 

' 솟대' 라는 친목 모임의 역사가 오래돼서 지금 세종시로 올라가신 김** 선생님,

밀양의 정** 선생님 자녀분들은 결혼을 하고 이미 새가정을 이루기도 했고

나머지 회원분들 자녀는 아직 미혼인데

 

아이들이 어릴 적 지리산, 밀양, 고성 동해등 많이 다닌 탓에 아이들 어릴 적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창*와 건*

작은 아들로 기억되는데 아토피가 심해서 부모님들 고민이 많았어요

밤에 자다가 자기도 몰래 긁어 대서 플라스틱 물병을 잘라 팔에 감아 놓는다는 얘기

그후 가족들이 채식으로 식단을 바꾸었다고...

 

코로나 포비아에 잡혀있는 동안 이렇게 급습처럼 이승을 달리하는 젊은이들이 있네요

어제 기사에도 이십대 딸이 사망하여  자선단체에 딸 이름으로 기부를 한 분이 있더니

다 교통사고였어요.

 

요즘 생활에 차는 일상의 필수품이라 이기(利器)인 셈인데

지구환경 오염이나 인명 살상으로 보면 또 흉기(凶器)이기도 해서...

삶의 모순은 이렇게 가까이에 상존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매일을 살아가고 있네요.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김희준, 이건호의 영면을 바라며

다 키운 자식을 가슴에 묻었을 부모들... 강재남 시인

이*기, **애 부부도... 힘 내시길

 

 

 

 

 

김희준 시인 생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