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먹은 죄/ 반칠환

생게사부르 2020. 8. 23. 08:30

먹은 죄/ 반칠환

 

 

새끼들에게 줄 풀벌레

잡아오던

지빠귀를 새매가

나꾸어갔다

가까스로 허물 벗고 날개

말리던

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없이 슬퍼도 적막한,

푸른 숲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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