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안개 제조공장 굴뚝에 사는 소녀를 아니?/ 정성원

생게사부르 2020. 8. 22. 06:48

 

안개 제조공장 굴뚝에 사는 소녀를 아니?/ 정성원

 

 

 

일정한 무게를 가진 안개

폐가 부풀어 하늘로 붕붕 뜬다면 누구 배 좀 눌러주실 분?

 

허공에서 소녀가 뿜는 안개는 단조로운 모양이야

 

이를테면

 

안개 공장장이 소녀로 가득찬 옷장을 가졌다든지 한명씩 꺼내 속을 갈라 본다든지 겉은 늙고 속은 생생한 아

이러니를 마주한다든지

 

옷장의 소녀가 갈라지는 건 단추야

그럼에도 심장이라 우겨볼까

 

상관 없고,

 

소녀는 달마다 죽은 태양을 낳는다

 

죽은 태양에 뿌리내린 안개나무, 온기를 흡수하지 못한 꽃송이, <찾습니다> 전단지가 소리지르며 피어나

는 계절에

 

나무마다 물이 오른

수많은 실종이 만개하는 모습은 어떨 것 같아?

 

멈추지 않는 는개,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멈추지 않는 노래

 

상실은 자주 노래를 부르게 한다

노래를 뿜어내는 굴뚝에서

 

포식자가 된 안개를 모른척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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