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예하 거꾸로 일력

생게사부르 2020. 8. 16. 09:31

거꾸로 일력/ 김예하

 

 

벽에 걸린 새벽이 낱장입니다

 

하루를 들었다 놓았다

 

오늘을 달래주세요

 

푸른 시간들이 내일 한장, 마른 잎 두장...지우고 있습니다

 

카운트다운은 사절입니다

 

나의 시간들을 철봉대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뒤편의 변수를 숭배하기로 했어요

 

내 손바닥 안에서 쥐락펴락한 것들,

 

캄캄할수록 더 명징한 한 줄기 빛이 아니라서

 

오늘이 끝점을 향해 점점 얇아집니다

 

빛도 호흡곤란이 있습니다

 

저 초록의 부스러기들

 

나를 비울 때까지, 내일의 운세는 인욕입니다

 

틈 사이로, 새벽이

 

나를 한장 떼거나 넘기는 방식으로

 

 

           - 2018. 계간 ' 시현실' 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