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이원하

생게사부르 2020. 6. 26. 10:23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다녀왔다/ 이원하

 

 

하늘에 다녀왔는데

하늘은 하늘에서도

하늘이었어요

 

마음 속에 손을 넣었는데

아무 말도 잡히지 않았어요

 

먼지도 없었어요

 

마음이 두개이고

그것이 짝짝이라면 좋겠어요

그중 덜 상한 마음을 고르게요

 

덜 상한 걸 고르면

덜 속상할테니깐요

 

잠깐 어디 좀 다녀 올게요

 

가로등 불빛을 좀 밟다가

왔어요

 

불빛 아래서

마음에 없는 말을 찾으려고

허리까지 뒤졌는데

단어는 없고 문장은 없고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삶만

있었어요

 

한 삼 개월

실눈만 뜨고 살테니

 

보여주지 못하는

이것

그가 채갔으면 좋겠어요

 

 

*     *     *

 

 

신춘문예 등단 작품

' 제주에서 홀로 살고 술은 약해요'

제목부터 기존 시에서 보기 어려운

상큼 발랄, 통통 튀면서

 

'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 다더니

 

살면서 시기 질투해 본 거의 유일한

이제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당시 당사자들은 잘 모르고 넘어가는

 

젊음, 청춘...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때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이랬다.

 

“거두절미하고 읽게 만드는 직진성의 시였다. 노래처럼 흐를 줄 아는 시였다. 특유의 리듬감으로 춤을 추게도 하는 시였다. 도통 눈치란 걸 볼 줄 모르는 천진 속의 시였다. 근육질의 단문으로, 할말은 다 하고 보는 시였다. 무엇보다 ‘내’가 있는 시였다. 시라는 고정관념을 발로 차는 시였다. 시라는 그 어떤 강박 속에 도통 웅크려본 적이 없는 시였다. 어쨌거나 읽는 이들을 환히 웃게 하는 시였다”

 

 

 

' 밴드 村에서 놀자~' 에서 빌려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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