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詩/최승자
그러면 다시 말해볼까,
삶에 관하여, 삶의 풍경에 관하여,
주리를 틀 시대에 관하여,
아니, 아니, 잘못하면 자칭
詩가 쏟아 질 것 같아
나는 모든 틈을 잠그고
나 자신을 잠근다.
(詩의 모가지여
가늘고도 모진 詩의 모가지여)
그러나 비틀어도 잠가도,
새어 나온다
썩은 물처럼,
송장이 썩어 나오는 물처럼,
내 삶의 썩은 즙,
한잔 드시겠습니까?
(극소량의 詩를 토해내고
싶어하는 귀신이 내 속에서
살고 있다)
* * *
허수경 시인의 시가 먹먹하다면
최승자 시인의 시는 섬뜩하달까
사랑에 관한한 아름답기보다 비극에 가깝고
삶의 환희보다 절망과 죽음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그런 언어의 시를 쓰는 분
그래서 더 생명력이 도드라지는...
어떤 삶이 정상이다 아니다라고
감히 누가 얘길할 수 있겠냐만
평균을 벗어난 삶의 극에 가 봤던 분이라서
그래도 살아 남아서...' 다행입니다' 라고 하면 뭐라 하실지
어떤 세월이든 삶은 살아 내는 것, 견뎌 내는 것인데
시인들은 사랑이든 뭐든 몰입하게 되면
그 순간 자신이 활활 타버리기를 바라는 것 같아서...
주리를 틀 시대
잠가도 잠가도 틈새로
쏟아져 나와야 할텐데
시를 쥐어 짜는 사람은?
뿅 망치로 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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