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금희숙
유모차는 미리 늙어 갑니다
똑 같은 장난감을 만지면 계속 넘어지고
인공 위성의 속도로 걸음마를 배워야 하는데요
반짝거리는 액정을 젖병처럼 빨면
손바닥만큼 엄마가 웃고 있어요
터치로 선생님을 밀어내고
클릭으로 친구를 선물하고
종소리는 아무래도 허용하지 않아요
아무리 껴안아도 따뜻해지지 않는 방
매일 손잡이를 돌려도 나를 찾을 수 없어요
불안은 얼마나 뚱뚱해지는지
모자를 벗어도 표정은 똑 같습니다
우리는 날개 없이도 새가되고
오늘보다 떠 빨리 오늘이 쓰러집니다
울음은 턱받이에서 말라가고
눈동자는 쉽게 예민해집니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를 믿지 마세요
여전히 풍선은 위험하니까요
이제 옹알이는 뒤로하고
우리는 기계보다 먼저 완벽합니다
- 2019. 영남일보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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