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고래해체사/ 박위훈

생게사부르 2020. 1. 31. 11:36


고래해체사/ 박위훈



만년의 잠영을 끝낸 밍크고래가
구룡포 부둣가에 누워있다

바위판화 속 바래어가는 이름이나
호기심으로 부두를 들었다 놓던 칼잡이의 춤사위이거나
잊혀지는 일만큼 쓸슬한 것은 없다
허연배를 드러 낸 저 바다 한 채,
숨구멍의 표적이 되었거나
날짜 변경사선의 시차를 오독했을지도 모를 일
고래좌에 오르지 못한 고래의 눈이
칼잡이의 퀭한 눈을 닮았다
피 맛 대신 녹으로 연명하던 칼이
주검의 피비린내를 잘게 토막 낼 때면
동해를 통째로 발라 놓은 것 같았다
조문은 한점 고깃덩이나 원할 뿐
고래의 실직이나 사인(死因)은 외면 했다
주검을 주검으로만 해석했기에 버텨 온 날들이
상처의 내성처럼 가뭇없다
바다가 고래의 난 자리를 소금기로 채울 동안
고래좌는 내내 환상통을 앓는다
테트라포드의 느린 시간을 낚는다
주검의 공범인 폐그물도 인연이라고
수장된 꿈과 비명 몇 숨 그물에서 떼어내자
반짝, 고래좌에 별 하나 돋는다
바다의 정수리
늙은 고래의 동공에 맺힌 달,

조등이다



*      *      *


살아서 참으로 육중한만큼 너무 큰 덩치로 인해 죽어 해체되는 과정도

결코 예사롭지 않은 동물이다


사고로 죽어 해안에 떠 밀려 부패하는 과정의 냄새와 쓰레기 처리도 그러하고

고의로 잡아 해체해서 음식으로 팔게 되는 것도 그러하고

해체하는 고래에서 나온 핏물로 바닷물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는 걸 본적이 있는데

고래해체 영상에' 혐오, 비위 약한 사람 보지 말라는 경고문이 들어 있기도 하다

여튼 살아 있는 고래를 보는 것도 장관이지만 죽음 고래를 해체하는 것 또한 장관임에랴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한을 넘어 중국 본토가 무슨 거대한 실험장처럼 되어버렸다

그 실험은 결국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얼마나 감염되고 얼마가 회복되고 얼마나 죽을 것인가

전 세계로 얼마나 전파되어 나갈 것인가?


지난번 사스에 이어 박쥐로부터 비롯되었지만 그 바이러스를 가진 채 박쥐는 일상(?)을 잘 유지

한다는데...가운데 숙주를 거치며 변종을 일으키고 인간에게까지 감염이 된다니

사스때 낙타 얘기가 나왔고, 이번은 밍크일 가능성


박쥐서식처를 무리하게 파괴해서 박쥐들이 내 몰려 나온다는 얘기며

밈크를 살아 있는 채 잔인하게 껍질을 벗긴다는 얘기

같은 건 결국 인간의 탐욕들이 만들어 낸 자업자득이라는 얘기 같아서...


원래 전쟁이나 질병으로 사람들이 죽어야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적정하게 균형을 이룬다고

냉정하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위기가 또 한차례 잘 지나가기를 바란다


올해 신춘 시들을 거진 봤지만 ... 대개가 암울한 단어들이 많이 들어간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태에 대한 경고, 인간의 지나친 탐욕으로 인한 환경파괴, 동물학대

인간성 상실이나 생몀경시 같은... 세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문학 예술이 세상 분위기를 벗어 날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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