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김혜순 인플루엔자

생게사부르 2020. 3. 8. 11:01

 


인플루엔자 / 김혜순


 

새라고 발음하면
내 몸에서 바람만 남고
물도 불도 흙도 다 사라지는 듯
그 이름 새는 새라는 이름의 질병인가
새는 종유석 같던 내 뼈에서 바람 소리가 나게 한다

날지 못하는 새들은 다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죽일 새도 없으니 산 채로 자루에 넣어
구덩이에 파묻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나 시집와서 며칠 후 도마 위에 병아리를 올리고
그 털 벗은 것에 칼을 들어 내리치려 할 때
갓 낳은 아기의 다리를 잡고 있던 기분
그 소름 돋은 것이 바들바들 떠는 것 같아
강보에 싸서 안아주고 싶었다

제 가슴을 베개삼아 머릴 드리우고 잠들던 그것
정말 우리는 끝에 다 온 걸까?
악몽의 막이 찢기고 그 속에서 죽음이 탄생하고 있다

내 심장이 한 마리 바람처럼 박차 맞춰 떤다

 

우리 마을엔 이제 날개 달린 것이 없다

다 땅 속에 넣고 소독약을 뿌렸다

큰 엄마는 기르던 거위를 포대기에 싸서

둘러 업으려다 방독면에 들켰다

 

내가 지금 새의 시를 쓰는 것은

새를 앓는다는 것

쇄골 위에 새 한마리 올려놓고

부리로 쪼이고 있다는 것

사람이 죽으면 바람에 드는 것이라는데

나는 시방 새의 바람속으로 든다

 

우리나라 하늘 연(鳶)실이 다 엉켜

하늘 높이 쌓인 듯

흰 깃털 산이 바람에 힐끗거리고

그 속에서 3개월짜리 6개월짜리 조그만 눈알들이

첩첩이 쌓여있다

구덩이에 쏟아져 들어가기 몇 시간 전

눈뜨고 떨고 있다

 

우리 마을엔 이제 날개 달린 것이 없다




           계간 문학동네. 2009년 봄호




          사진 픽사베이 제공


            *    *     *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시점

입춘을 너머 경첩도 지났는데

으례 시작되던 개학과 새학기가 아직 시작되고 있지 못하네요.


살아 평생 이 정도로 신체 이동의 자유를 제한 받아 본 건 처음입니다.

그래봐야 고작 취미생활이나 건강을 위한 일에 대한 제약이니

생계를 위해 일하러 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비하면 미미한 것이고...


간호사나 의료일을 해 온 사람들은 현장에 직접 뛰어 들기도 합니다



40년 전 우한 바이러스를 예언한 섬뜩한 소설이 있었답니다

1981년 출간된 딘 쿤츠의 소설 "The Eyes of Darkness" 인데


" 중국 우한 외각 소재 RDNA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그것을 ' 우한-400' 이라고 불렀다.

작가들은 현실 너머를 통찰하는 부분이 있으니 40년 전에 이미 그런 생각을 해 봤다는게 대단하지만

어떤 문학 작품도 막상 닥친 '  현실' 이상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걸 실감하는 현실입니다. 


' 누군가는 병상에서 뜨겁게 식지만

누군가는 차갑게 살아 내고

누군가는 헌신하다 희생하나

누군가는 기만하고 배신하며

누군가는 일확천금의 기회를

또 누군가는 거짓의 신(신)을 만드는

전염병이 우리네 인류를 신음하게 한다'


카뮈는 ' 페스트'에서


한 도시를 이해하려면그 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지를 살펴 보는 것이 좋다' 고 했다지만


그 시대에 비해 오늘날은 사회가 문제는 너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켜 있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몸이 건강해야 함과 동시에 정신도 함께 건전해야 함을 일깨워 주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천주교의 희생에 비해 개신교는 너무 쉽게 들어와 한집 건너 교회가 자리 잡은 현실

신앙을 이끄는 사람들이나 믿는 사람들이나 사회적 연대감,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개인, 집단 이기주의로 인해

한국에서는 기성교단이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 사이비가 함께 도매금으로 묶이는 현실이기도 하고


사회가 건전했다면 개인이나 가정,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이비 종교가 이 정도로 세력을 확산해서 나라에 해악을

끼칠 정도가 되기 전에 이미 꺾였겠지요.


부도덕한 정치인들의 표밭 부정한 후원조력자 + 불안정한 경제에 기생한 다단계 + 사회 양극화 + 삶의 철학 기반이 약한 인생관

대한민국은 그동안 외형적인 성장에 비해 거품이 많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양극으로 치달으면서 사회적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던 현실


지금 가장 치열한 생존 현장인 대구에서 대학시절을 보냈습니다.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노고에 대한 응답은 하루 빨리 이 사태에서 벗어 나는 것이겠지요.

격려하고 응원하는 한편, 인간은 경험에서 뭔가를 얻고 한 단계 성장합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개인이, 집단이 더 탄탄한 성장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구는 같은 경상도라도 부산이나 마산 같이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 비해 내륙이라 보수적이기도 했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배출했던 지역의 정서는 어떻든 타 지역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지역적으로 누리던 정치적인 최고의 특혜, 수혜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만희 고향이 청도고 그 사이 경산이 끼여 있고

한 때 ' 신천지 성지'는  '코로나 19 최고의 비극이 잉태된 공간'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


문제는 잘못을 누가 했든 간에 그 피해와 희생의 대부분 몫은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치명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하긴, 뭐! 인플루엔자든 바이러스든

지구나 자연환경 입장에서 통 크게 보면 인간이 최고의 바이러스죠.


전 지구적으로 퍼진 이 전염병의 비극이 빨리 끝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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