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우유를 따르는 사람/ 김동균

생게사부르 2020. 2. 2. 12:22


우유를 따르는 사람/ 김동균



창가에 앉아 우유를 따르고 있었다. 당신은 조용히 그것을 따르고
부드러운 빛이 쏟아졌다. 둘러맨 앞치마가 하얗고 당신의 얼굴이 희고
빛이 나는 곳은 밝고 빛이 없는 곳에서도 우유를 따르고

우연한 기회에 인사를 건네고 거기에서 우유를 따르고
다음 날에도 성실하게 우유를 따르는 그런 사람에게 매일 우유를 따르는게
지겹지 않나요. 그곳은 고요하고 그곳에서 당신을 계속 지켜 보기로 하고

어떤 날은 TV를 켰는데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출연한다. 책에서도
우유를 따르는 당신이 등장한다. 당신이 앉아 있는 지면에 부드러운 빛이
쏟아지고 서가가 빛나고 읽던 것을 덮어도 빛나는 창가에서 우유를 따르던
당신이

우유를 따르고 있었다. 여기서 우유를 마시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런데도
차분하게 우유를 따르고 열번을 쳐다보면 열잔이 되는 우유가 있다.
실내는 눈부시고 새하얗게 차 오르는 잔이 가득해지고

그런데 누가 우유를 옮겨요. 지켜봐도 우유를 옮기는 사람이 없는데
우유를 가져다 준 적이 없는데 당신도 환하고 실내도 환하고 당신이
우유를 계속 따라서 그런거잖아요. 문밖에서 발목이 젖고 우유가 넘치고

우유가 흐르는 골목이 차갑고 당신은 계속 따를 수 있겠어요
당신의 손이 새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1983. 서울
중대문예창작과


우유를 따르는 별거 아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림의 정물같은 일상
어떤 내용을 지니고 있던 각 개인의 일상은 평화롭다

대단한 일을 하는 듯 요란스러운 사람보다

부드럽게 성실하게 고요하게

당신이 등장하는 곳 어디나 서가든 창가든... 빛이 없는 곳에서도

우유를 마시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조차 우유를 계속 따르고 발목이 젖고

우유가 넘치고 골목이 차가워져도

누군가 계속 우유를 따르는 사람이 있어

실내가 눈부시고 새하얗게 차 오르는 잔이 가득 채워져

열번을 쳐다보면 열잔이 되는 우유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자기 할 일에 충실하다보면 주의를 밝히게 됩니다

 

 

올 겨울의 일상은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와,확산 겨울 독감 등으로 일상이 불안해 져 버렸네요

사회나 인간관계가 아닌 인간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외부적인 상황이 생겨 버린것이지요

 

몇번 환자라는 둥 수치가 붙은 사람들의 일정과 동선이 다 까발려져서 경악이랄까

지하철 몇 호선 어느 식당, 무슨 메뉴, 편의점 마트...점집을 들렀니 어떠니

병이 걸리고 싶어서 걸린 사람은 없을테고
살아 있는 동물이 어딘들 안다니겠냐만
사회가 국제적으로 개방되어서 국경과 상관 없이 직업을 가지고 일거리를 갖고
비행기라는 교통편이 하늘을 가로질러 다니는 이상
지구상 어느 한 곳의 문제는 더 이상 그 곳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지요
특히 전파력이 큰 질병, 감염병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새학기가 시작 될텐데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한 채 다음 학기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관광이야 소나기 잦아들때까지 연기하든지 정 안되면 안 가도 그만이지만

중국과 관련하여 학업, 취업이든 사업 같은 분야는 선택에 갈등을 가져 올수 있을테고...

이번 사태를 먼저 알아차리고 정보를 공유했던 중국인 의사들을 ' 괴담, 유언비어 ' 유포자혐의로

기소했던 중국 사회주의적인 국가통제 시스템이나 정책결정자들의 마인드가 얼마나
변화를 가져오고 달라질 것인지 모르겠지만

질병에 대한 외부적인 환경이나 여건이 변화해서 잦아들면 제일 좋을테고
사생활을 희생하면서 의료인으로 사명을 다하고 있는 다수 진실한 사람들이 있기에
이 위기가 잘 넘어가서...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개인의 일상들일지라도

개인 저마다 다 소중한 일상일 것이기에... 다시 빨리 제 자리를 찾아갈수 있기를 바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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