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소란 고맙습니다

생게사부르 2019. 11. 1. 18:58

 

 

고맙습니다/ 박소란


많이 밝아졌다고 했다 보기 좋다고도 했다
나는
세게 더 세게 입꼬리를 당긴다

지난 계절에는 사막으로 여행을 떠났다 군데군데 죽지
못한 풀, 풀들을 보았다
두손 두 발로 모래언덕을 기어오른 뒤 야호 .....
탄성을 지를 수도 있다 이제 어떤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
말할 수도 있다
카메라 앞에 서서 브이를 그리고
엽서를 쓰기도 한다
고맙습니다

어제는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너무 힘들다 말하는 사람과 너무 행복해 말하는 사람
전화를 끊기 전 그들은 모두
너는 모를걸 너는 절대 모른다

미안합니다

잘 지내니? 그때 우리는 참 좋았는데 말하는 사람
누구냐고 물었다
글쎄 맞혀봐 내가 누군지 맞혀봐

알수 없지만
나는
많이 밝아졌다고 했다 보기 좋다고도 했다

고맙습니다
이것은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
더는 떠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여기는 얼마나 먼 곳인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질끈 눈을 감는다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나를 발견한 사람들이 피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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