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박서영 경첩에 관하여

생게사부르 2019. 11. 6. 10:29


 

 

경첩에 관하여/ 박서영



어느 여름날 두 발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음악을 듣다가
음악에 맞춰 끄덕 끄덕이는 발목을 보았지
문득 발목이 경첩이라는 생각

폭풍 같은 사랑도
경첩이 있어 떠나보낼 수 있었다는 생각
온 몸이 뒤틀리지 않았다는 생각
몸의 문을 열고 닫으며
살과 뼈가 소리없이 이별을 견뎠다는 생각

몸의 경첩도 낡고 오래되면 소리를 내는가

금이 가고 있는 것이
바람이 들고 있는 것이 몸만은 아닐 것이다

무릎과 팔목과 발목
손목과 손가락의 마디마디들

아, 목이 있는 것들
몸속의 뼈들이 우지직거린다
안과 밖이 통정通情을 나누느라
경첩들이 수런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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