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일상

천양희 정작 그는

생게사부르 2019. 10. 31. 09:17

 

 

정작 그는/천양희


죽음만이 자유의지라고 말한 쇼펜하우어
정작 그는
여든이 넘도록 천수를 누렸고요

자녀 교육서의 지침서인 <에밀>을 쓴 루소
정작 그는
다섯자식을 고아원에 맡겼다네요

백지의 공포란 말로 시인으로 사는
삶의 고통을 고백한 말라르메
정작 그는
다른 시인보다 평생을 고통없이 살았고요

<행복론>을 써서 여덟가지 행복을 말한 괴테
정작 그는
일생동안 열 일곱 시간밖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네요

정작 그는 알고 있었을까요
변명은 구차하고 사실은 명확하다는 것을요
정작 그는 또 알고 있었을까요
위대한 사상은 비둘기 같은 걸음걸이로
이 세상에 온다는 것을요.


*       *        *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을 행동이나 삶자체와 일치하게 살기 어렵다는 반증?
삶의 모순이나 역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려는 특성을 지녔으니

역사에 ' 한 이름' 을 남긴 위인들조차.... 그러했다

 

 

<루소> 가 자식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가장의 역할을 하면서 에밀을 썼으면

더 완전한 인간이었을 테고

괴테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았기에 < 행복 > 이 뭔지 파고 들었을테고

쇼펜하우어의 ' 천수'는 생각은 염세적이었지만 자기 생을 잘 관리한 결과였을테고

 

말라르메?

고통이 없는 사람이 시를 쓰기는 좀 어렵지 않을지... 가까운 사람들을 일찍 잃게되는

가족사가 있네요. 다섯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스무살 되기 전에 동생과 아버지를

또 아들을 잃게되는 심적 고통이면... 고통이 없었다고 하기는 어려울 듯 싶네요

 

삶이 자신의 의지외에 관계나 상황에 의해서도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 하더라도

 

생각과 행동이 일치되는 삶을 살겠다, 최소한 자기 기만을 하는 거짓 삶을 살지 않겠다 

다른 사람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공동체 연대감은 지니고 살겠다는 의지

내가 의식하는 남에게 이용당하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을 갖추겠다거나

타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면 최소한 상처를 주거나 다른사람을 이용하는 삶을 살지는 않겠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으면

원래 존재하는 삶의 부조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지...

 

거창한 것 이전의 작은 것들을 알아채면서 살아가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요.

 

' 아기의 웃음, 비둘기 걸음걸이, 의미 없이 피는 꽃 같은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 진리가 있고

사상은 그런 것의 토대위에서 만들어져야 굳건하지 않을지

 

 

 

 

 

 말라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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