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최문자
저 돌들이 모두 보이지 않는다면
나는
강물 하나로 아무것도 추억하지 않는다
그 꽉 들어찬 사상의 무게로 인해
문득 깊은 산에 가고 싶으면
오래도록 돌들을 만나고 왔다
무성한 돌들이 마음에 들어와
덜커덩거리며 핏줄에 닿을 때
돌의 영혼에 찰랑거리던 강물보다
더 없이 차가워
굳게 다문 심장까지 시렸다
나, 하나 없어져도 없어짐 없이
삶으로만 돌아 앉던 돌들
멀리 있다가 와보는 나에게
흠집 많은 그 웃음 웃어 줄 때
내 영혼도 주름 많은 돌이 되고 싶었다
돌이 나를 보듯
나도
저에게로 깊이 내려서서
뜨거운 피 통하며
돌에게, 깊은 돌에게로
없어질 듯 없어질 듯
돌의 삶 속에 섞여들고 싶었다